베트남 공안이 내 블로그로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하이퐁 송년회 비하인드)
안녕하세요. 하이퐁 리얼정보 선우아빠입니다.
베트남 하이퐁에 살다 보니 “베트남 공안(경찰)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하이퐁 한인회 송년의 밤 행사에서 겪은 일은 그저 평범한 체감을 넘어, 제 등골을 서늘하게 하면서도 가슴 한편을 뜨겁게 만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오늘은 행사장에서 만난 베트남 공안과의 짧은 대화, 그리고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왜 늘 **’팩트’**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행사 도우미석 옆자리의 사복 입은 ‘베트남 공안’
지난주 열린 송년의 밤에서 저는 경품행사 진행 도우미를 맡았습니다. 무대와 가까운 쪽에 자리는 배정받았지만, 행사 내내 서서 움직이다 보니 엉덩이 한번 붙일 틈이 없었죠.
행사가 무르익고 노래자랑 순서가 되어서야 잠시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았는데, 제 옆자리에 사복 차림의 베트남 남성이 앉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초청받은 일반 베트남 손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옆 자리 교민분이 조용히 귀띔해 주셨습니다. “저분, 오늘 나온 하이퐁 외국인 담당 공안이에요. 행사 질서 관리 차원에서 나왔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살짝 긴장이 되더군요. 제복도 아닌 사복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틈에 섞여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 공안의 현장 중심적인 정보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사장님 글 보면서 한국어 공부합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그분이 먼저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한국 분이시죠? 하이퐁에는 얼마나 계셨어요?”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한국어 실력에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하이퐁에서 외국인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 공안이었고, 업무상 필요로 한국어를 꾸준히 공부한다고 했습니다.
몇 마디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부드러워졌을 때, 제가 시간을 확인하려 휴대폰을 켰습니다. 그러자 제 휴대폰 배경화면에 있는 아들(선우) 사진을 보더니, 그분이 반가운 표정으로 본인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화면에는 제 페이스북 계정과, 바로 이 블로그가 그대로 열려 있었습니다.
“이 아이 사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 블로그 주인 맞죠? 저는 이 글 보면서 한국어 공부합니다.”
순간 당황스러우면서도 묘한 책임감이 밀려왔습니다. 하이퐁의 외국인을 관리하는 담당 공안이, 제 글을 ‘교재’ 삼아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교민들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건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베트남 공안 사진을 올리지 않는 이유 (Feat. 보안)
사실 이날 함께 찍은 사진도 있지만 블로그에는 사진을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난 4월, 하이퐁 외국인 담당 공안 책임자가 새로 부임했을 때 인사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분명히 부탁받은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업무 특성상 공안은 얼굴이 노출되는 사진이 SNS에 올라가는 것을 매우 꺼립니다.”
이번에 만난 실무 공안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와 배려를 지키는 것이, 이곳 하이퐁에서 오래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매너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이 없는 점,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더 무거워진 ‘정보 발신자’의 책임감
이번 만남을 통해 저는 두 가지를 명확히 깨달았습니다. 첫째, 베트남 공안은 생각보다 훨씬 더 교민 사회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둘째, 제가 쓰는 정보 글 하나하나가 한국인을 이해하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카더라” 통신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경계하게 됩니다. 가볍게 쓴 글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오해의 시작점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정확한 정보는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저는 **’하이퐁 리얼정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조금 느리더라도 확인된 사실과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만 꾹꾹 담아 전달하겠습니다.
하이퐁에서 살아간다는 것
하이퐁 교민 여러분, 혹시 길에서나 행사장에서 사복 차림의 베트남 분이 한국어로 말을 걸어온다면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항상 감시의 눈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해하고 싶어 하고, 소통하고 싶어 하고, 더 잘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의 눈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곳 하이퐁에서 살아간다는 건, 그런 시선 속에서 서로 조심스럽게 균형을 맞춰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 다음 포스팅 예고 공안도 주목하고 있는 ‘2025년 기업 행정절차 100% 온라인화’ 과연 베트남의 행정 문화는 어디까지 바뀔까요? 현장에서 보고 느낀 내용을 바탕으로 차분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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